天下無不散的筵席


天下無不散的筵席 (천하무불산적연석)
우리나라 제목으로는 학사신공, 원제는 범인수선전.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 잔치는 없다." 라는 말이 종종 나오는데, 이 한자인듯 하다.
직역하면 "천하에 흩어지지 않는 잔치는 없다."
원래 홍루몽(紅樓夢)에 나오는 구절이라고 한다. 거기서 화려한 가씨 집안도 결국 다 흩어지는 걸 두고 한 말이라고 한다.
사람의 인연도 그렇다. 시간이 지나고 보면, 연락이 닿지 않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그 시절 그 때는 그렇게 치열했는데 그게 의미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공허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잔치가 끝나지 말기를 바라면서 서로에게 "연인"이라는 라벨을 붙이고, 결혼을 하고 "아내"나 "남편"으로 라벨을 바꿔달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행복하기 위해서, 잔치가 끝나지 않길 바라면서 말이다.
그런데 라벨을 바꿔 단다고 잔치가 정말 끝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연인이 되어도, 부부가 되어도 마음은 멀어지고 사람은 잊힌다. 한집에 살면서도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는 경우를 우리는 너무 많이 본다. 라벨은 잔치가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일 뿐, 끝나지 않음을 보장해 주지는 못한다.
어쩌면 잔치는 원래 끝나는 것이고, 끝나기 때문에 잔치인지도 모른다. 끝나지 않는다면 그것은 더 이상 잔치가 아니라 그냥 매일의 일상일 테니까.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이 잔치가 얼마나 오래 가느냐가 아니라, 함께 있는 동안 서로에게 무엇을 남겼느냐가 아닐까. 잔치가 파하고 사람들이 다 흩어진 자리에도, 그 시절 누군가가 나를 따뜻하게 봐주었다는 기억 하나는 남는다. 지금은 연락이 끊긴 사람들조차, 그때 그 자리에서 내게 무언가를 남기고 떠났다.
그래서 나는 이 잔치가 끝나지 않기를 바라기보다, 누군가의 잔치에 잠시 머물다 가는 귀인(貴人)이고 싶다. 오래 곁에 있어 주지는 못하더라도, 그 사람 인생의 한 길목에 잠깐 서서 "너 참 괜찮은 사람이야, 나는 네 편이야" 하고 한마디 남기고 가는 사람. 잔치가 파하고 모두 흩어진 뒤에도, 그 한마디만은 그 사람 안에 남을 테니까. 귀인은 얼마나 오래 머물렀느냐가 아니라, 머무는 동안 무엇을 남겼느냐로 정해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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