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서 이거 왜 이렇게 했어요?
그러니까 이것들은.. 한 3년에서 4년 전 쯤 학교를 다니던 시절 웹 디자인 과목을 접했을 때, 그도 아니면 학교에서 피그마를 처음 만졌을 때 한 작업물이다. 하필 그 때 제법—엄청—아팠어서 과제 퀄리티가 수직하락 한 점도 있다.
그런데 지금 보면 못 보겠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로 못 보겠다. 그래서 대부분 학교 다닐 때 했던 작업물은 다 쓰레기통에 버리거나 삭제했는데.. 왜 올리냐면, 2026년 지금 하는 것들도 2년 3년 뒤에 봤을 땐 눈 뜨고 못 봐주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성장해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또 동기분들이 자기 일을 이렇게까지 못했던 사람도 성장해서 개발까지 공부하고 있는데 나라고 못할까, 하는 자신감을 가지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올리는 것이기도 하다.

이건 23년에 누비고라는 어플 리디자인 과제가 나왔을 때 메인화면이랍시고 만든 거다.
가관이다. 인쇄/편집디자인... 수업과 달리 UXUI 수업은 깊이가 얕을 수밖에 없는 시각디자인학과 과제였다고 해도. 일단 허접하다. 그런데 그리드도 없고 기준도 없고 라운드도 제각각이고 간격도 제각각이다. 아이콘이랑 서치바는 정렬도 안 맞고 비주얼 밸런스도 안 맞는다. 저 밑에 교촌치킨 "배달비 1000원부터"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 컬러를 썼던 걸까.

이건 같은 수업의 다른 과제. 그리드도 어긋나있고 하단 내비게이션 바는 터치타겟 최소사이즈에 대한 고려도 없다. 아이콘이 아니라 내비게이션 바 자체의 높이로 봐도 36px밖에 안 된다. 가장 눈물나는 건 저 캘린더.

이걸 IA랍시고 짜 놨었는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말 그대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기억이 안 나기도 하고.. 보고 있으면 그냥 혼란스럽다.
밑에서부터는 좀 봐줄만 해진다. 비주얼만. 그런데 피그마가 아니라 일러스트레이터랑 포토샵으로 그림 그렸던 것에 가까워서 개발자가 받아보면 울 것 같다.


3년 전 다른 교수님 수업 과제들이다. 비주얼은 깔끔하다. 그런데 그럴 수밖에 없는게 벤치마킹이랍시고 레퍼런스를 그대로 갖다 베꼈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도 무엇을 어디까지 가져와야 벤치마킹인지, 어디부터 표절인지 좀 헷갈리긴 하지만. 그래도 이건 현업 디자이너들도 가끔 고민하는 주제라 좀 나은 것 같다.
그런데 현대모비스 푸터 폰트 크기가 대체 얼마일까? 보이긴 할까?
예전에 막 졸업했을 때 위의 두 장을 가지고, 넉살 좋게 인디자인에서 사진 넣고 소개 텍스트 꼴랑 몇 줄 적고 포트폴리오랍시고 취업을 해보려던 적이 있었다. 그 때 잘 안 돼서 정말 다행이다 싶다.
가장 반성하게 되는 점은 결과물에 왜 가 없었다는 것이다. 전혀.
누가 왜 누비고 앱 리디자인의 포장 버튼은 저 물 빠진 컬러여야 하고 맥도날드의 Register Now는 왜 우측 상단에 붙어있어야 하는지 물었으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됐을거다.
내가 뭔가를 왜 했는지 설명할 수 있는 작업물을 내놓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부트캠프 듣기 반년정도 전에 만든 포트폴리오를 시니어 디자이너에게 피드백 받을 때였다.
나는 굉장히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UXUI 디자인 포트폴리오였기 때문에 위의 대학시절 과제를 할 때보단 훨씬 나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설계나 기획 관점에서 생각하는 능력이 비교적 약했다.
그런데 그 시니어 디자이너가 남긴 피그마 코멘트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메뉴구조를 왜 이렇게 바꿨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는 코멘트를 남긴 거다.
그러고 보니 그 포트폴리오에서도 메뉴구조를 도식화해서 나열만 해뒀지 왜 그렇게 만들어놨는지 설명이 없었다. 아니면 컬러를 왜 이렇게 정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던지. 그냥 나열만 해뒀으니 보는 사람은 이게 대체 뭔지 알 턱이 없다. 단순히 구조를 나열하는 것과, '왜' 그렇게 설계했는지 설득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임을 그 때 처음 어렴풋이 깨달았다.
글재주가 없어서 장황하고 두서없는데, 그래도 도움은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거 왜 이렇게 했어요? 라는 질문에 좋은 근거를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댓글
댓글을 작성하려면 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