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발 발표만은 시키지 말아주세요.

19기 백엔드 스쿨을 마치며
1. 기대와 설렘, 그리고 마주한 현실
13기를 마치고 나서 마음 한켠이 계속 남아 있었습니다.
“조금만 더 잘해볼 수 있었는데.”
그래서 19기는 유난히 의욕이 컸습니다.
13기 때 호흡이 좋았던 멘토님 두 분께 먼저 연락했고, 사비로 GitHub Pages 유료 결제까지 하며 교안을 다시 정리했습니다. 괜히 혼자 결연했죠.
그런데 시작부터 만만치 않았습니다.
멋사에서 새로 도입된 교육 도구는 화면 공유도 매끄럽지 않았고, 수업 흐름은 자주 끊겼습니다. 온라인 수업에서 흐름이 끊긴다는 건, 강사 입장에서는 꽤 타격이 큽니다.
거기에 백엔드 특유의 조용함.
설문에는 이런 문장이 적혀 있었습니다.
“제발 발표만은 시키지 말아 주세요.”
순간 웃음이 나면서도, 마음이 살짝 내려앉았습니다.
이번엔 좀 더 북적이는 수업을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화면 너머는 고요하기만 했습니다. 뜨거웠던 제 의욕도 조금씩 현실에 적응해 가는 중이었습니다.
2. 방대한 커리큘럼, 그리고 AI라는 파도
4개월 동안 배우는 내용은 솔직히 만만하지 않습니다.
자바, 스프링, JPA는 기본이고, 리액트와 넥스트까지 맛보고, 도커와 쿠버네티스, AWS, CI/CD까지 이어집니다.
그 사이 세상은 또 얼마나 빠르게 변했는지요.
19기 시작했을 때와 마무리하는 지금도 정말 다릅니다. AI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기본 도구가 되었습니다.
수강들은 AI와 함께 코드를 작성했습니다.
최대한 사용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수강생들도 있었지만요.
저는 늘 같은 말을 했습니다.
“써도 됩니다. 대신 이해하면서 씁시다.”
왜 이런 코드가 나왔는지,
이 객체는 왜 이렇게 설계됐는지,
이 개념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고 등장했는지.
기본을 이해하면 새로운 기술은 겁나지 않습니다.
객체를 많이 다뤄본 사람은 처음 보는 객체도 빠르게 익힙니다.
저는 학생들이 도구에 끌려가는 개발자가 아니라,
도구를 다룰 줄 아는 개발자가 되길 바랐습니다.
3. 세 번의 프로젝트, 그리고 바뀌는 분위기
1차 프로젝트 – Q&A 게시판
기술보다 팀 경험에 집중했습니다.
애자일 방식, 스프린트, 데일리 스크럼.
처음에는 어색했고, 회의는 조금은 서툴렀습니다. 그래도 “팀으로 일한다”는 감각을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2차 프로젝트 – 유료 구독 SNS
결제와 정산을 포함해야 했습니다.
수업에서 직접 구현을 가르치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개념과 유의할 점을 문서로 제공했습니다.
기간은 2주.
학생들은 거의 주말을 반납하다시피 몰입했습니다.
그리고 모든 팀이 결제와 정산을 구현해냈습니다.
그때부터 제 마음이 다시 뜨거워졌습니다.
아, 이 친구들 진짜 하네.
3차 프로젝트 – 4주간의 대장정
이제는 제가 많이 말하지 않아도 팀이 돌아갔습니다.
일정은 스스로 조율했고, 소통은 점점 정돈되었습니다.
저는 한 가지만 강조했습니다.
“솔직함도 좋지만, 팀에서는 투명함이 더 중요합니다.”
기술적인 문제는 AI의 도움을 받아 팀 안에서 해결해 나갔습니다. 저는 길을 잃지 않도록 방향만 잡아주는 역할이었습니다.
강사가 점점 할 일이 줄어든다는 건,
사실 가장 기쁜 신호입니다.
4. 대답 없던 수강생들의 ‘침묵의 성장’
수업 시간에는 여전히 조용했습니다.
질문을 던지면 잠시의 정적이 흐르곤 했습니다.
처음엔 그 정적이 낯설었습니다.
혹시 재미없는 건 아닐까,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닐까 고민도 했습니다.
그런데 프로젝트 중간 발표와 최종 결과물을 보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조용했던 친구들이
팀 안에서 각자의 역할을 정확히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코드의 깊이도, 설계의 고민도 분명히 느껴졌습니다.
말 대신 코드로 답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 모습이 참 대견했습니다.
그리고 조금은… 예뻐 보였습니다.
5. 긴 여정을 마치며
내일이면 6개월의 여정이 끝납니다.
처음의 의욕은 중간에 흔들리기도 했습니다.
환경도, 도구도, 분위기도 쉽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결국 남은 것은
수강생들의 성장입니다.
AI 시대의 교육은
정답을 많이 알려주는 일이 아니라,
도구를 스스로 다루며 끝까지 완주하게 만드는 일이라는 걸 다시 느꼈습니다.
19기 여러분, 정말 고생 많았습니다.
조용했지만 단단했던 여러분을 저는 오래 기억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여러분 덕분에 또 한 번 배우는 강사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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